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시지 아니하겠느냐?
이번 글에서는 재물에 대해서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산상수훈에는 재물에 관한 유명한 말씀이 등장합니다.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거기는 좀과 동록이 해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고 도둑질하느니라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둑질도 못하느니라 네 보물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마태복음 6장 19〜21절)
이 세상에서 돈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공통적인 본성입니다. 그 사랑하는 돈으로 세상에서 쾌락과 자기 탐욕에 빠져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본모습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고 말씀하십니다. 거기에서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동록(銅綠)’이란 ‘구리 동’ 자에 ‘녹슬 녹’ 자를 써서 돈에 녹이 슨다는 의미로 번역한 말입니다. 돈이 녹에게 먹힌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이 세상의 우리가 가진 어떤 것도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식이나 지혜, 건강, 재물도 다 하나님께서 주신 것들입니다. 다니엘서를 보면 느부갓네살 왕이 자신이 건축한 바벨론성을 내려다보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 하나님께서 그의 지혜를 도로 찾아 가셨습니다. 근동 지방을 호령하던 강대국의 왕이 일순간 짐승의 수준으로 내려간 것입니다. 네 발로 땅을 기어 다니며 손톱과 발톱이 자라서 독수리 발톱같이 되었고, 7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무뿌리를 캐먹으면서 짐승같이 살았습니다. 7년 후에 느부갓네살이 하늘을 보고 회개를 했을 때, 하나님께서 예전에 그에게 주셨던 지혜를 다시 그의 머릿속에 넣어 주십니다. 그제야 비로소 그가 하늘의 하나님을 인정하고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누구도 훔쳐갈 수 없는 영원한 창고, 어떤 도둑도 빼앗아갈 수 없는 곳간입니다.
도시 교회보다 시골 교회를 더 좋아하는 제가 한 번은 어느 시골 교회에 성경 공부를 부탁받아 간 적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부흥회라도 요청받으면 열일 마다하고 가는 편입니다. 물론 도시 교회의 목회자에 대한 접대가 남다릅니다. 1인당 5만 원이 넘는 호텔 뷔페 식사를 사주고 사례비도 많이 줍니다. 그러나 그런 대접을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한 것은 정말 가난한 시골 할머니들이 소박하게 된장국을 끓이고 텃밭에서 기른 고추에 부추와 나물을 무쳐서 식사를 대접해 주실 때입니다. 그런 시골밥상을 받으면 정말 행복합니다. 단순하게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의 사랑의 마음까지 먹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어떤 시골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는데 한 할머니 집사님이 아주 겸연쩍고 부끄러운 표정으로 제 곁으로 슬쩍 오셔서는 머뭇머뭇 하시다가 갑자기 제 바지 주머니에 무엇인가를 쑥 넣어주시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한사코 마다하는데 할머니가 힘이 얼마나 세신지.... 제가 “뭐예요, 집사님?” 여쭈었더니, 얼굴이 빨개지시면서 “아이고, 부끄럽습니다, 목사님. 이걸로 가시다가 도시락이나 사 드세요.” 그리고는 얼른 달아나셨습니다. 나중에 버스에 올라서 ‘도대체 뭘 주셨을까?’하고 바지 주머니를 뒤져 보니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한 장이 손에 잡혔습니다. 그 만 원짜리 한 장을 보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아마도 집사님은 그 만 원을 벌기 위해 며칠을 콩나물을 다듬고 쑥을 캐서 읍내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하루 종일 팔아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돈은 그분의 일주일 생활비였을지도 모릅니다. 그 가난한 할머니 집사님이 건네준 만 원 한 장은 도시 교회를 순회하며 받은 그 어떤 값비싼 선물보다도 더 저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제가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그 돈을 보여주었더니 제 아내가 “여보, 이 돈을 쓰지 말고 다리미로 다려서 평생 보관합시다. 이건 단순한 만 원이 아니고 그 분의 사랑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돈이 사랑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로마서 8장 32절에는 하나님의 마음이 이렇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시지 아니하겠느냐?” 주님께서 네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고 하신 이유는 “제발 나에게 너의 사랑을 달라”고 말씀하신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보물이 있는 곳에 곧 마음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우리들은 밥만 먹고 살 수 없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들입니다. 몸이 아플 때나 삶이 고달플 때에 그토록 ‘집밥’이 그리운 이유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엄마가 해주는 사랑의 밥이 먹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하늘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아들까지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두를 위해서 다 주셨습니다.
우리 모두 이 시간 이후부터는 하늘에 재물을 쌓으면서 살아가는, 이러한 주님의 사랑에 다 화답하는 자녀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성경구절
- 마태복음 6장 19〜21절
- 로마서 8장 32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