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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연료
이제까지 본질적으로 믿음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공부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믿음이 어떻게 생기는지 믿음이 만들어지는 근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갈라디아서 5장 6절에서 믿음에 대해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는 할례나 무할례나 효력이 없으되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뿐이니라.”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이란 무엇일까요? 여기에 사용된 ‘역사하는’이라는 단어는 ‘힘을 만들다’, ‘효력을 발휘하다’라는 의미의 헬라어 “에네르게오(ἐνεργέω)”가 쓰였습니다. 이 단어에서 ‘에너지(energy)’라는 말이 나왔으니 이 단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실 것입니다. 자동차를 굴리려면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자동차(自動車)’는 말이 끌거나[馬車] 사람이 끌건[人力車] 차가 ‘스스로’ 굴러간다는 뜻입니다만, 사실 이 세상에 에너지가 사용되지 않고 움직이는 물건은 없습니다. 자동차가 굴러가려면 휘발유라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믿음’이라고 하는 자동차가 굴러가는 데에는 과연 어떤 에너지가 들어갈까요? 사도 바울은 믿음이라는 자동차는 ‘사랑’이라는 연료로 굴러간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이라는 어구의 정확한 뜻입니다. 바울은 한 때 예수님을 믿는 신자들을 열심히 박해하던 사단의 앞잡이였습니다. 그런 그가 십자가에 자신을 못 박고 이제 하나님의 은혜로 산다는 간증을 하여 많은 이방인들을 주님께로 인도하는 역사를 일으켰습니다. 지금은 가스펠송으로도 만들어져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성경절이 되었지만 갈라디아서 2장 20절은 이런 바울이 자신의 경험을 읊은 절절한 간증시와 같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이 간증시에서 우리는 믿음의 연료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울은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나를 사랑해서 자신을 버리신 예수님을 믿는 믿음으로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본문에서 ‘사랑하다’는 헬라어 ‘아가파오(αγαπαω)’가 쓰였는데 이 동사는 부모가 자식에게 모든 것을 쏟아 붓듯이 일방적으로 다 주는 사랑을 뜻합니다. 명사로는 전에도 설명한 적이 있는 ‘아가페(αγαπη)’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흔히 “왜 저분은 저리도 믿음이 없냐?”라는 말을 하는데 이 표현은 잘못된 것입니다. 특정한 사람이 믿음이 없는 것은 그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닙니다. 그분의 사랑을 받은 만큼 그분께 전적으로 맡기게 되어 있습니다. 믿음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주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서 만들어 내는 열매이자 선물입니다. 내 안에서 믿음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주님의 사랑을 먹고 마시는 경험이 일어나야 합니다.
복음성가 같은 서양 유행가 중에 「온리 러브 캔 메이크 어 메모리(Only love can make a memory)」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제목을 살짝 바꾸어서 ‘오직 사랑만이 사랑을 만들 수 있다(Only love can make a love).’라고 할 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조건 없는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로 하여금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믿음을 갖게 하고 더불어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마음속에 부어 주시는 사랑의 연료를 통해 커다란 믿음이 만들어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성경구절
- 갈라디아서 5장 6절
- 갈라디아서 2장 20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