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참람된 믿음

by blogmaster posted Sep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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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이 의심한 건 무엇이었을까?

흔히 교인들 사이에서 마태복음을 ‘믿음의 책’이라고 부릅니다. 마태복음에 특별히 믿음에 관한 주님의 말씀들이 꽤 많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 8장 23〜27절까지 보면, 예수님께서 갈릴리 바다를 건너가시는 유명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주님께서 배를 타고 가시는 동안 너무 피곤하셔서 배 안에서 깜박 잠이 드셨습니다. 날마다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들을 고치시고, 설교로 무지한 사람들을 일깨우셔야 했기 때문에 체력을 충전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갑자기 날씨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거센 바람이 불더니 예수님이 타신 배가 바다 위에서 급격히 널을 뛰기 시작했습니다. “바다에 큰 놀이 일어나 물결이 배에 덮치게 되었을 때 예수께서는 주무시는지라.”(마태복음 8장 24절) 얼마나 고단하셨는지 예수님은 풍우대작하고 태풍이 불어도 도통 깨어나실 줄을 몰랐습니다. 열심히 배에 고인 물을 퍼내던 제자들은 자포자기의 단계에 이르렀을 때 예수님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그 제자들이 나아와 깨우며 가로되, 주여, 구원하소서. 우리가 죽겠나이다.”(25절)

예수님의 제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어부였습니다. 실제로 갈릴리 호수에서 잔뼈가 굵은 뱃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닥친 폭풍은 경륜과 기술로 헤쳐나갈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물을 퍼내다 퍼내다가 안 되니까 배가 쪼개져 파손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예수님을 깨웠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적은 자들아 하시며 곧 일어나서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신데 아주 잠잠하게 되거늘.”(26절) “믿음이 적은 자들아!” 예수님의 이 말씀은 의심과 믿음에 대한 질책처럼 들립니다. 제자들이 의심한 건 무엇이었을까? 살겠다고 정신없이 노를 젓거나 배에 들어찬 물을 양동이로 퍼내던 행동을 나무라신 것일까? 예수님 자신을 늦게 깨운 것에 대해서 화가 나신 것일까? 그렇다면 제자들이 ‘예수님이 배에 타고 계시니까 우리는 틀림없이 파도에 휩쓸려 파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믿고 넋 놓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말아야 할까?

흔히 어떤 분들은 머리로 믿는 확신으로 어떤 일을 벌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소위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이라고 할까? 정신력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교인들 중에도 적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맞는 소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맞지 않는 소리입니다. 이건 오늘날 우리가 한 번 깊이 생각해 봐야하는 주제입니다. 자신의 믿음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예수님이 다 해결해 주실 거야.’라고 철석같이 믿고 가라앉고 있는 배 위에서 동료들과 노닥거리고 있어야 할까? 절대 아닙니다. 이건 믿음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얘기입니다. 주변에 보면 ‘나는 비록 죄인이지만 예수님께서 나를 의롭게 해 주실 수 있을 거야.’하면서도 여전히 죄를 짓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에 가진 확신은 물론 중요하지만, 삶에 나타난 행동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열매로 믿음을 증명하지 못합니다.

예수님께서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실 때 이와 동일한 성격의 시험을 받으셨습니다. 예수님을 성전 높은 꼭대기에 끌고 가서 뛰어 내리라고, 성경에 “그 사자들을 명하사 네 모든 길에 너를 지키게 하”(시편 91편 11절)실테니 다치지 않을 거라고 감언이설로 사단은 꼬드겼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뛰어내리면 믿음이 좋은 것이고, 안 뛰면 믿음이 없는 것일까? “분명히 하나님께서 약속하셨는데 왜 못 뛰어내리지? 넌 지금 하나님을 의심하고 있는 거야?” 그런데 당시 시편의 말씀을 인용한 사단은 중요한 한 어구를 빼먹었습니다. “기록되었으되 그가 너를 위하여 그의 사자들을 명하시리니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들어 발이 돌에 부딪치지 않게 하리로다.”(마태복음 4장 6절) 자세히 보면, “네 모든 길에”가 빠져 있습니다. 여기서 “네 길”은 의인의 길입니다. 이런 공갈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은 분명합니다. “기록되었으되, 네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7절) 당장 제초제 한 병을 갖다 놓고, “하나님, 당신은 능력이 있으시죠? 제가 독약을 마셔도 해를 받지 아니할 것을 믿고 마시겠습니다.”하고 한 병을 꿀꺽 마셔버리는 것이 의인의 길일까? 분명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제자들이 믿었던 믿음은 본인들이 열심히 물을 퍼내고 노력해도 죽게 되니까 예수님을 찾았던 연약한 믿음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분명히 확신해야 될 사실은 마음으로 믿는 확신,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제자들은 믿음을 발휘하여 예수님께 전적으로 맡기는 행위가 부족했습니다. 지적인 확신과 함께 하나님께 맡기는 믿음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 확신은 하나님을 시험하는 ‘참람된 믿음’에 불과합니다.

성경구절

  • 마태복음 8장 23〜27절
  • 시편 91편 11절
  • 마태복음 4장 6절~7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