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의가 되는 믿음

by webmaster posted May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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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맡김이라는 행함을 통해서 하나님의 의를 이룬다

이제 우리가 창세기 15장 6절 말씀 안으로 한 발자국 더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성경은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이를 그의 의로 여기셨다.”고 말합니다. 이 말씀은 사도 야고보에 의해 신약에 다시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 조상 아브라함이 그 아들 이삭을 제단에 바칠 때에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것이 아니냐? 네가 보거니와 믿음이 그의 행함과 함께 일하고 행함으로 믿음이 온전하게 되었느니라. 이에 성경에 이른 바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니 이것을 의로 여기셨다는 말씀이 이루어졌고, 그는 하나님의 벗이라 칭함을 받았나니.”(야고보서 2장 21〜23절)

야고보는 행함과 믿음을 함께 언급한 사도입니다. 야고보의 의도를 오해하여 마르틴 루터 같은 개혁자는 야고보서를 ‘지푸라기 서신’이라고까지 폄하하기도 했습니다만, 야고보의 주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야고보는 행함과 믿음이 같이 가야 하는데 행함과 믿음이 따로 간다고 질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고까지 선언한 것입니다.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과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야고보서 2장 26절) 믿음은 맡김이라는 행위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행위, 바로 그 행함이 믿음을 완전히 이루었고, 의를 이루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었던 하란에서의 경험, 그리고 모리아 산에서 이삭을 드리는 경험은 믿음과 맡김이 함께 성취한 의의 표본입니다.

야고보서 2장 23절에 ‘이루어졌다’는 말의 헬라어는 ‘플레로오(πληρόω)’라는 동사입니다. 플레로오는 ‘충만하게 하다’ ‘가득 채우다’라는 뜻으로 빈 그릇에 물을 가득 채우는 것과 같은 행위를 나타냅니다. 여기서 아브라함이 자기를 하나님께 맡기는 믿음을 행함이라고 표현했고, 그 믿음이 창세기의 말씀을 ‘온전히 이루었다’ ‘채웠다’고 표현합니다. 아브라함의 사건은 어차피 ‘모형적’ 사건입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제물로 바치셨던 사건에 대한 하나의 모형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은 아브라함이 자기 아들 이삭을 맡겼던 그 믿음, 차라리 자기를 죽도록 내어주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던 그 믿음이 의를 완성했다고 말합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요청에 자기를 맡겼을 뿐입니다. 결국 하나님께서 의도했던 목적이 이루어지는 과정 중에 아브라함은 아들을 맡김으로 그 일에 동참하는 은총을 누린 것뿐입니다. 아브라함의 믿음에 어떤 대단한 공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브라함이 아들을 바친 위대한 헌신, 하나님의 계획을 의심하지 않았던 그의 굳건한 믿음이 의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공로(merit)라는 말은 믿음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자기 아들을 우리를 대신해서 주시는 그 은혜가 공로지 사람의 맡긴 행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맡긴 그 행위가 공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뿌리에서 물이 올라와 줄기를 타고 가지 끝까지 가고, 또한 그것이 꽃 속으로 들어가고 열매 속으로 들어가서 열매를 맺게 됩니다. 결국 모든 의의 근원은 하나님이십니다. “네 아들을 내게 맡기라.”고 말씀한 그 말씀의 근원이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의 의의 싸이클에 아브라함은 그저 동참한 것뿐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의로 여기셨습니다.

제가 한 번은 어느 유명한 집안 어르신의 팔순 미수식(米壽式)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르신이 88세 되는 해를 기리는 가족 모임이었는데, 원근각지 여러 가족들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마지막에 가족사진을 찍는데 그 어르신이 갑자기 저를 부르셨습니다. 그분이 저를 자식 같이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졸지에 그 집 아들이 되어 아들딸들 틈에 끼어 가족사진을 찍었던 호사를 누렸습니다. 저같이 미천한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유수한 집안 가족의 아들이 되는 은총을 경험했습니다. 저는 이 경험을 떠올릴 때마다 이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나, 내가 무슨 공로가 있고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이런 애정을 주시나?” 그렇다고 저는 그분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고 그분이 요구하신 것을 들어드렸습니다. 덕분에 제가 그분의 가족사진에 아들이 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믿음은 이런 것입니다. 하나님의 의라는 싸이클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믿음은 맡김이라는 행함을 통해서 하나님의 의를 이룹니다. 우리를 의롭다 하시는 의의 행위, 행동에 우리는 그저 동참하는 은혜를 누리는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 자체에 공로가 있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우리를 의롭게 하시는 의에 공로가 있음을 우리가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합니다.

성경구절

  • 창세기 15장 6절
  • 야고보서 2장 21〜23절
  • 야고보서 2장 26절